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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하의 詩心 世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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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146
  • 2026.07.31 12:09
 
 
새벽을 여는 매미 합창단
 
시인 이영하
 
열대야는 밤새 도시의 이마를 식혀 주지 못했다.
새벽 네 시 오십 분,
잠들지 못한 하늘 아래 나는 아파트 둘레길을 걷는다.
 
다섯 시. 먼저 깨어난 것은
사람이 아니라 텃새들의 작은 목소리였다.
짹, 짹, 째~액.
밤새 뒤척인 숲이 서로의 안부를 묻는 첫인사 같았다.
 
그때, 느닷없이 매미들이 숲의 지휘자가 되었다.
온몸을 울림으로 바꾸어 여름의 심장을 두드리자,
텃새들의 노래는 그 거대한 합창 속으로
조용히 스며들었다.
 
운동장에는 몇 사람이 땀보다 먼저 새벽을 깨우고,
길 위를 스치는 발걸음마다
또 하나의 하루가 천천히 시작되고 있었다.
 
나는 문득 매미들이 가족회의를 여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였다.
밤새 견딘 열대야를 서로 위로하고,
오늘도 살아내자고
숲속 작은 심장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여름의 조회(朝會)처럼.
 
그러다 해가 능선을 넘어오자
놀랍도록 모든 울음이 한순간에 멈추었다.
마치 해야 할 말을 모두 끝낸 사람들처럼.
 
그 침묵 속에서 나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
자연은 가장 필요한 시간에만
가장 큰 목소리를 낸다는 것을.
그리고 진짜 노래는
세상을 깨우기 위해 부르는 것이지,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부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시작 노트>
올여름 유난한 열대야 속에서도 나는 새벽이면 아파트 둘레길을 걷는다. 어느 날, 새벽 다섯 시를 기점으로 텃새들의 울음 위에 매미들의 거대한 합창이 덧입혀졌다. 신기한 것은 해가 떠오를 무렵, 약속이라도 한 듯 그 울음이 일제히 멈추었다는 점이다.
 
시인이 7.30일 새벽에 관찰한 바에 따르면, 새벽 5시부터 5시 30분경까지 매미들이 집단으로 울다가 일출시간이 되자 일제히 그친다는 일종의 ‘매미들의 비밀’ 같은 사실이 참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 사실을 바라보며 문득 깨달았다. 자연의 모든 소리는 경쟁이 아니라 역할이며, 가장 필요한 순간에 가장 큰 울림을 내고 다시 침묵으로 돌아가는 것이 생명의 질서라는 사실을.
 
이 시는 새벽 숲에서 들려온 작은 생명들의 합창을 통해, 우리 또한 서로를 깨우며 살아가는 존재임을 노래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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