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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하의 詩心 世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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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110
  • 2026.07.31 12:11
 
샛별처럼 살으리
 
(새벽 순찰길에서)
 
시인 이영하
 
열대야는 밤을 놓아주지 못하고
도시는 뜨거운 숨을 새벽까지 품고 있었다.
아직 동이 트기 전인데
텃새들은 잠을 설친 억울함이라도
하늘에 전하려는 듯 짹짹, 여명을 흔든다.
 
매미는 남겨진 여름을 끝까지 사랑하겠다는 듯
높은 음 하나를 화음처럼 보탠다.
스포츠센터 불빛 아래 몇 사람의 발걸음도
하루를 먼저 깨우고, 도로 위 첫 버스와 첫 승용차는
도시의 맥박을 천천히 움직인다.
 
그 순간, 나는 또 하나의 새벽을 만난다.
전투조종사였던 젊은 날, 새벽 네 시 반,
굉음을 품은 전투기는 활주로를 박차고
어둠보다 먼저 하늘로 날아 올랐다.
수도권 전투초계비행(Combat Air Patrol)!
조국의 하늘이 잠에서 깨어나기 전에
먼저 깨어 있어야 했던 푸른 사명.
여명에서 일출까지, 한반도의 산하를
두 눈 가득 품으며 '오늘도 평화여야 한다'는
한 생각으로 구름 위를 날았다.
 
세월은 내 어깨의 계급장을 거두어 갔지만,
그 새벽은 아직도 내 심장의 활주로를 떠나지 않았다.
오늘 나는 산책길을 걷고,
그때의 나는 하늘길을 날았지만,
지켜야 할 마음만은 조금도 늙지 않았다.
 
샛별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자신을 자랑하지 않는다.
그저 먼저 길을 밝힐 뿐.
나 또한 누군가의 새벽을 비추는
작은 등불 하나로, 조용히, 끝까지
샛별처럼 살으리.
 
 
 
<시작 노트>
새벽은 언제나 가장 먼저 깨어나는 사람들의 시간이다. 열대야가 밤을 붙잡고 있어도 새는 노래를 멈추지 않고, 매미는 마지막 여름을 온 힘으로 울어 낸다. 오늘 새벽 산책길에서 나는 다시 전투조종사 시절의 새벽을 만났다. 수도권 전투초계비행(CAP)을 위해 어둠을 가르며 이륙하던 굉음, 여명 속에서 조국의 산하를 내려다보던 가슴 벅찬 순간이 현재와 겹쳐졌다. 세월은 흘렀지만, 나라를 지키려던 마음은 아직도 샛별처럼 내 가슴 한편에서 가장 먼저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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